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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 때 돈 번 사람, 은행장과 투기꾼이었다 1929년 10월, 다우지수가 나흘 만에 25% 넘게 빠지던 그 주에도 대공황 때 돈 번 사람이 있었습니다. 한 명은 은행장이었고 한 명은 전업 투기꾼이었죠. 같은 붕괴에서 정반대 방식으로 돈을 벌었습니다.대공황 때 돈 번 사람, 정말 있었을까보통 1929년 대공황 이야기는 누가 얼마나 잃었는지로 끝납니다. 그런데 같은 붕괴에서 대공황 때 돈 번 사람도 분명히 있었거든요.한 명은 체이스내셔널은행 회장 알버트 위긴이었고, 다른 한 명은 전업 투기꾼 제시 리버모어였습니다. 둘 다 시장이 무너지는 쪽에 걸었고, 둘 다 큰돈을 벌었죠.다만 방식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한쪽은 자기 회사 주식을, 다른 한쪽은 시장 전체를 팔았거든요. 왜 이런 게 가능했을까요?위긴, 자기 은행 주식에 베팅한 회장알버트 위긴은 당시 미.. 2026. 9. 13.
아야쿠초 전투, 스페인 제국이 남미에서 끝난 날 1824년 12월 9일, 페루의 작은 평원에서 벌어진 아야쿠초 전투 하나가 300년 넘게 이어진 스페인의 남미 지배를 끝장냈습니다. 병력은 스페인군이 거의 두 배 많았는데, 정작 무너진 건 스페인 쪽이었죠. 왜 그랬을까요?스페인 제국, 이미 안에서 무너지고 있었다1808년, 나폴레옹이 스페인을 침공해 국왕을 폐위하고 자기 형 조제프를 그 자리에 앉혔습니다. 본국이 이 지경이 되자 아메리카 대륙 곳곳에서 "그럼 우리가 알아서 통치하자"는 지방 정부, 이른바 훈타(junta)가 우후죽순 생겨났죠.처음엔 다들 페르난도 7세에 대한 충성을 내세웠습니다. 스페인 왕을 대신 지키겠다는 명분이었죠. 그런데 1810년을 넘기면서 상당수 지역이 아예 독립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왕이 돌아와도 예전 체제로는 못 돌아간.. 2026. 9. 13.
미 국방부 감사비용 9억 달러, 그래도 낙제 미국 국방부는 재산 목록도 제대로 못 세는데 감사비용으로만 9억 달러 가까이 썼습니다. 그것도 8년 내리 낙제. 그런데 이 감사, 정말 돈 낭비일까요?8년 연속 낙제, 성적표부터 보자2025년 12월, 미국 국방부(펜타곤)는 8년 연속으로 재무제표 감사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Military Times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자산 4조 6500억 달러, 부채 4조 7000억 달러 규모를 보고했는데, 감사관들은 26개의 중대 취약점(material weakness)과 2개의 유의미한 결함을 찾아냈습니다.낙제라고 하면 뭔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죠.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회계연도결과비고2018첫 감사, 낙제사기 정황은 없음20225차 낙제감사비용 2억 1800만 달러20236차 낙제.. 2026. 9. 13.
2020년 대리전쟁 25개, 진짜였을까 2020년 한 해에만 세계 곳곳에서 대리전쟁이 25~27건 동시에 벌어졌습니다. 냉전 시절 얘기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 어느 때보다 많았던 겁니다.통념: 대리전쟁은 냉전 시절 얘기 아닌가요대리전쟁이라고 하면 베트남전이나 아프가니스탄 침공처럼 미국과 소련이 맞붙던 시절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냉전이 끝난 뒤로는 국가끼리 직접 싸우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죠.그런데 2020년 한 해만 놓고 보면 이 통념은 틀렸습니다. 강대국의 대리 개입은 줄기는커녕 오히려 사상 최다치를 찍었거든요.왜 그럴까요? 냉전 이후에도 강대국들은 여전히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하고 있었을 뿐, 방식만 바뀐 겁니다.직접 군대를 대규모로 보내는 대신, 내전 중인 한쪽에 무기와 자금·용병을 대주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거죠.실.. 2026. 9. 13.
엠브릿지 555억달러, 어디까지 왔나 2022년 엠브릿지 첫 실험 때 오간 돈은 2200만 달러였습니다. 3년 만에 555억 달러로 불어났죠. 2500배입니다. 그런데 이 결제망을 설계한 국제결제은행(BIS)은 정작 지난해 여기서 손을 뗐습니다.엠브릿지가 다시 뉴스에 오르는 이유엠브릿지는 중국, 홍콩, 태국, 아랍에미리트 중앙은행이 2021년부터 국제결제은행(BIS)과 함께 만든 다자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결제망입니다. 엠브릿지에는 2024년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도 정식 회원으로 들어왔죠.엠브릿지가 주목받는 건 규모 때문만은 아닙니다. 결제 통화의 95%가 디지털위안화라는 점이 핵심이에요. 위안화가 국경을 넘는 새 통로를 얻었다는 뜻이거든요.그런데 정작 엠브릿지를 설계한 BIS는 2024년 10월 발을 뺐습니다. 발을 뺀 이유와.. 2026. 9. 13.
정상혈당수치 식후, 재는 시점부터 다르다 식후 2시간 혈당을 잰다면서 밥을 다 먹은 뒤부터 시간을 재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병원 기준은 숟가락을 든 순간부터 2시간입니다. 시작점 하나로 정상혈당수치 식후 판정이 달라집니다.정상혈당수치 식후, 기준부터 정리하면정상혈당수치 식후 기준은 검사 방법에 따라 갈립니다. 병원에서 재는 표준 검사인 경구당부하검사(OGTT)를 기준으로 하면 식후 2시간 혈당이 140 mg/dL 미만이면 정상입니다.140~199 mg/dL이면 내당능장애로 불리는 당뇨병 전단계이고, 200 mg/dL 이상이면 당뇨병 진단 기준에 해당합니다. 공복혈당은 따로 봅니다. 100 mg/dL 미만이 정상, 100~125는 공복혈당장애입니다.서울아산병원 당뇨병센터와 대한당뇨병학회가 제시하는 수치가 서로 같습니다. 그런데 이 숫자만 외.. 2026. 9. 13.
미국 신용카드 빚 883만원, 한국이 더 위험한 이유 미국 신용카드 빚 평균은 가구당 883만원, 원화로 바꿔도 한국 판매신용의 1.6배입니다. 그런데 정작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한국이 미국보다 20%포인트 넘게 높습니다. 숫자를 어디서 끊어 보느냐에 따라 결론이 정반대로 뒤집힙니다.결론부터: 미국 신용카드 빚 883만원, 한국 판매신용의 1.6배미국 가구당 평균 신용카드 잔액은 6,610달러입니다(2026년 2분기, 뉴욕연방준비은행 가계부채 통계 기준). 2026년 9월 9일 환율(1,336원)로 바꾸면 약 883만원입니다.같은 기간 Experian 조사는 1인당 평균 잔액을 6,659달러(2026년 3월), TransUnion은 6,715달러(2025년 12월)로 집계했습니다. 조사 기관이 달라도 6,600~6,700달러대로 수렴합니다.같은 시점.. 2026. 9. 13.
향신료 무역, 후추가 금값이었다는 건 틀렸다 향신료 무역을 다루는 글마다 후추가 금과 같은 무게로 거래됐다는 문장이 빠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15세기 베네치아 기록을 보면 금 1파운드로 후추 300파운드 넘게 살 수 있었습니다. 신화를 걷어내고 보면 실제 역사는 훨씬 더 폭력적이고, 훨씬 더 놀랍습니다.향신료 무역, 후추가 금값이었다는 신화부터 짚어야 합니다향신료 무역을 다루는 글은 거의 빠짐없이 "후추가 금과 같은 무게로 거래됐다"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그런데 정작 사료를 뜯어보면 얘기가 다르거든요.15세기 초 베네치아에서 후추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찍었을 때도, 금 1파운드로 후추 300파운드 넘게 살 수 있었습니다. 무게로 따지면 300배 가까이 쌌다는 뜻입니다.이 신화는 1492년 마르틴 베하임이 만든 지구본에 적힌 "향신료는 그 무게만큼 .. 2026. 9. 13.
정책 불확실성 지수 오르면 왜 채용을 멈출까 미국 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2025년 상반기 월평균 432, 대공황과 금융위기 때보다 높았습니다. 그런데 그 시기 미국 채용률은 오히려 10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사람을 못 구해서가 아니라, 지금 뽑으면 되돌릴 수 없다는 계산 때문입니다.결론부터, 정책 불확실성 지수가 채용을 늦추는 이유정책 불확실성 지수가 오르면 기업은 사람을 못 구해서 안 뽑는 게 아닙니다. 뽑고 나서 되돌릴 수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2025년 상반기 미국 정책 불확실성 지수(EPU)는 월평균 432를 기록했습니다. 대공황,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 시기보다 높은 수준입니다.경제학자 벤 버냉키는 1983년 논문에서 이미 이 구조를 설명했습니다. 채용이나 해고처럼 되돌리기 어려운 결정은, 정책 불확실성이 클수록 "일단 기다린다.. 2026. 9. 13.
걸프전엔 갔고 유고슬라비아엔 안 갔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미국은 34개국 연합군을 모아 100시간 만에 걸프전을 끝냈습니다. 그런데 1년도 안 돼 유고슬라비아가 내전으로 무너지는 동안 미국은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둘 다 조지 H.W. 부시 대통령 임기 중 벌어진 일입니다.왜 이 둘을 나란히 봐야 하나걸프전과 유고슬라비아 내전은 같은 대통령, 비슷한 시기, 정반대의 선택이 갈린 사례입니다. 조지 H.W. 부시는 1989년부터 1993년까지 재임했고, 두 사건 모두 그 임기 안에서 벌어졌습니다.1990년 8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미국은 반년도 안 돼 34개국 연합군을 동원해 몰아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유고슬라비아가 내전으로 쪼개지는 동안에는, 부시 임기 내내 미군 지상군을 단 한 명도 보내지 않았습니.. 2026. 9. 13.